Scene
태어난 날부터 오늘까지 선을 그으면 된다. 그게 전부다 - 살아온 날들을 선으로 긋는 반복행위.
The method of using this tool is straightforward. From the day you were born up to the present, you simply draw a line for each day lived.
この道具の使い方はとてもシンプルです。生まれた日から今日まで過ごしてきた日々を、一本一本の線で描いていきます。
One square represents a week, and a single line represents a day. Seven lines complete a square. For the twenty-ninth, thirtieth and thirty-first of each month, you will notice the lines between the squares—that is where you place your lines.
角いマスが1週間、線1本が1日を意味します。四角いマスの中に7本の線を描いてください。毎月29日、30日、31日は、四角いマスと四角いマスの間の線が見えますよね?そこに描いてください。

인생초록: 한눈에 그리는 100년 내 인생 | InSaengChoRoc: Lines from Life: Life Visualization Stationery
‘나 지금까지 며칠 살았지?’
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야 검색 한 번으로 바로 해결 가능하지. 찾아 보니 15,000일도 넘는 단다 - 뭐가 이렇게 많지, 괜히 서럽게. 그나저나 많다는 건 알겠는데 숫자의 정도가 가늠이 되질 않는다. 실감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. 그러자 새로운 질문이 고개를 든다.
‘지금까지 산 날들을 선으로 그으면 얼만큼 쌓이려나.’
영화 속 무인도나 감옥에 갇힌 사람이 예외없이 하는 그것 - 살아온 날을 선으로 긋는 그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.
나도 해 보지, 뭐.
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- 앞으로 마주할 감정이 무엇일지는 상상도 못한 채 - 그저 시간이나 보낼 요량으로 방안지 노트를 꺼내들었다.
먼저 노트 왼편 세로줄에는 태어난 연도부터 내가 100세가 되는 연도까지 써 내려갔다. 각 행마다 오른편으로 52개의 칸을 만들었다. 1년을 의미하는 것이다. 방안지 네모 한 칸마다 일곱 개의 선을 채우기로 했다. 선 하나가 하루인 것이다. 간단하게 표를 만들고 선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.
시간이 흐르자 손가락도 저리고, 손목도, 어깨도 뻐근해졌다. 이걸 왜 시작했지. 그런데 멈출 수 없었다. 단순한 반복이 주는 평온함도 있었지만, 내 기억이 존재하는 시절에 접어든 후부터는 선 하나를 그을 때마다 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.
1992년도를 그어나갈 때는 열 한 살 그 여름의 놀이터를, 2001년을 그어나갈 때는 3월의 그 맥주집을 떠올렸다. 그렇게 모든 기억을 건너 오늘에 이르자 마침내 선 긋기가 끝났다. 그리고 눈 앞에 빼곡하게 펼쳐진 그 선들. 그 장면을 마주한 순간, 나는 내 인생이 이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,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걸 강렬하게 깨달았다.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한 사람이 그러하듯 거대한 감정이 한꺼번에 달겨드는 것 같았다.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문장.

‘그냥 살아왔다는 거…. 그게 대단한 거였네.’
그랬다. 나는 보통의 사람과 보통의 인생이 늘 위대한 것이라 생각해 왔다. 이 믿음의 시작은 아마도 나의 할머니일 것이다. 빨래비누로 세수를 해도 피부가 그리 곱던 할머니.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집 앞 평상으로 하나둘 사람이 모여들던 할머니의 이야기. “500원짜리는 주우면 죄가 되지만 10원짜리는 줍지 않으면 죄”라며 허리를 숙여 흙투성이 10원짜리를 주워 내게 건네주던 할머니의 손.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골똘히 듣는 내 얼굴을 손으로 쓱쓱 쓸어 주며 웃어 주던 할머니의 얼굴. 가끔 낯선 서울 땅에 선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눈엔 반짝이는 비즈 장식의 자주빛 가디건 입은 그저 보통 할머니였겠지만 할머니 인생의 몇 장면들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. 손가락 한 마디를 잘라 마을 사람들의 무고함을 알리고, 대학은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대학나와 젠체하는 남자들을 말로 제압했으며, 영어 한 자락 못하면서 미군 군수물자를 상대로 사업을 벌인 여장부였다.
우리가 어떤 사람의 생에 놓인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, 삶은 특별하며 고로 모든 보통의 삶은 위대하다.